가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려 보곤 합니다.
200명 가까운 분들이 희생되었던
충격의 그 사건.
연기가 들어오고 갇히고 숨이 막히면서
가족들에게 남겼던,
사랑한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과 글들이
우리를 더 가슴 아프게 하고
마지막 전화인지도 모르고, 화 난다고 받지 않았던
안타까운 사연들.
지하철 객실에서 불을 질렀던 정신 장애자.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시작되었던 일인데
누군가 일이 터지기 전에 그 일을 말렸더라면 하는 상상.
누구도 그 정신장애자와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안전한 열차에 탄 채, 모른채 하고 십여 분만 지나면
늘 그렇듯이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괜히 그 사람에게 욕설을 들으며
어쩌면 몸싸움이 벌어져 해를 입을 수도 있고
경찰서에 오고 가는 일도 뒤따를 수 있으니까요.
일이 커지기 전에 기름통을 뺏고
지하철 수사대나 어디 연락해서 그 사람을 내 보냈었다면,
그런 한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 사람은 기억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190여 명의, 죽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사람의 존재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겠죠.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조회해 보니
당시 흘려 들었던, 중요한 누군가의 과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이 난 열차에서 죽은 사람은 극소수였고
뒤이어 역에 들어온 다른 열차에서 대부분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기관사.
기관사는 승객들에게 '곧 출발하니 기다리라'는 방송을 합니다.
승객들은 연기가 들어오는데도
방송을 듣고 그들이 믿고 싶은대로, 바라는대로
곧 열차가 출발해서
집으로, 친구 만나러, 일 보러 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관사는 탈출하라는 통제실의 연락을 받고
승객에게 아무런 방송이나 조치를 하지 않고
마스터 키를 빼서 혼자 탈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이 열리지 않는 열차 안에 갇혀 숨집니다.
책임있게 행동해야 할 한 사람이 무책임하게 행동해서
나설 자리에 나서야 할 한 사람이 나서지 않아서
참혹한 역사를 남겼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기억되지 않은 영웅들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살아남아 다시 살 기회를 얻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할 일을 하신 분들,
책임지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