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모두
나와 다른 사람들의 선택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시간적인 관점에서
익히 그렇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를 둘러싼 이 많은 물건들이
내가 혹은 나와 관련된 누군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선택한 것들이라는 것을
근래에 생각해 보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임의의 방향에 손가락을 가리키고
눈을 떠 보았다.
방금 내 손가락에 가리킴을 당한 것은
내 책상 위의 후레쉬
약 2년 전
그 것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 물건에는
다른 사람들의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선택들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나만 하더라도
공부를 그렇게 했더라면 서울대학교 갔을 만큼
찾아 보고 비교해 보고 살까 말까 망설였던 후레쉬였다.
그 옆에 있는
내가 코를 풀어서 버리는 콜스 휴지도
그 휴지가 들어가는 IKEA 빨간 휴지통도
가격이며 재질이며 색깔이며
고민하고 선택받은
내 선택들이었다.
지금 나의 눈에 들어오는 수백 수천의
눈에 보이는 물건들이 모두, 전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