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우리 교회와 규모가 비슷한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고등부와 청년부 나이 사이에
대학부가 있었는데
대학부를 막 졸업한 새내기들이
청년부에 들어올 무렵
청년부 회장은 짝미팅을 계획했습니다.
새 멤버 헌 멤버 가릴 것 없이
무작위로 뽑기를 해서
두 명씩 데이트를 하기로 한 것이죠.
이십 여명?
쪽지를 펼쳐서
나팔꽃은 나팔꽃끼리
개구리는 개구리끼리
잘 지내던 사람끼리 짝이 될지
구 멤버끼리 짝이 될지
여자 여자가 짝이 될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뽑기였습니다.
청년부 회장은
자기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되었던 중대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모인 사람이 홀수였던 것입니다.
뽑기 진행을 맡은 회장은
아무 말도 없이,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기가 쪽지를 가져 가지 않는 방법으로 은혜롭게 추첨을 마쳤습니다.
한자어로 살신성인이라고도 합니다.
이 시점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짝이 발표가 나기 전
누군가 이미 쪽지를 가져 간 사람이
느닷없이 자신은 요번 짝미팅에 참석할 수 없다고
자신의 쪽지를 내 놓습니다.
청년부 회장이 자연스레 그 쪽지를 가져가게 되었고
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내 놓은 쪽지의 짝지는
대학부에서 새로 올라온 새내기 아가씨.
귀엽고 사랑스럽고 잘 웃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주위의 칭찬을 받는
하늘색 가디건의 아가씨였습니다.
둘은 삼 년간의 연애를 거쳐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