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고등학교에 발령받은 누나를 찾아 갔었다.
대학교 4학년 때 였던가.
누나와 나란히 길을 걷는데
예비군인가 아님 방위병인가
군복을 입은 수십명이 *떼처럼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게 되었다.
우리는 그냥 이야기하며 지나갔다.
다 지나가고 나서 누나가 하는 말
" 너랑 같이 가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네,
나 혼자 지나갈 땐 별의 별 소리를 다 하는데 "
헐.
고등학교 3학년 말 졸업을 앞둔 때
멀리 떨어진 동네에 이모 댁을 방문했다.
매우 어린 사촌 동생 둘
지금은 둘 다 성악을 전공하고 이태리 유학도 다녀 오고
놀랍도록 개성있는 외모로 성장했고
그 중 동생은 190에 가까운 키에 체격마저 거구.
그러나 당시엔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귀여운 아이들이었는데
사촌 형 손을 끌고 방방 뛰며 집 근처 오락실을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외쳤다. 매우 큰 소리로.
" 우리 큰 형님이다 "
오락실 안은 십 수명의 불량 청소년들과
그들이 피우고 있는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