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전방 부대에 배속 되기 직전
얼마간 철책을 맡은 부대를 돌며 견학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만났던 어느 크리스찬 선배 장교
간소한 술자리가 있어서 그런 말이 나왔던가요?
술은, 장군이 따라 줘도 안 마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말은
직장으로 치면
주일날 일하게 하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고
일제시대라면
신사참배 안 하고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택하겠다는 순교자의 결단입니다.
대대 간부회식 자리
대대장님이 일회용 커피컵에 소주를 가득 채워
빙 둘러싼 대대 간부들 하나 하나에게 차례로 돌립니다.
제 차례
두 손으로 컵이 가득 찰 때까지 술을 받은 뒤
입에 살짝 대고는 옆에 있는 그릇에 부어 버립니다.
그런 일이 어쩌면 대대장님 인생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잠시 어색하고 긴장된 시간이 흐른 뒤 하시는 말씀
" 내가 목사님도 술을 먹였는데, 조흥수는 봐 준다 "
세월이 약간 흐르고
어느 자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리라 예상치 못했던 그 크리스찬 선배 장교를
다시 만났습니다.
- 장군이 따라 줘도 안 마실 각오 -
라는 인상적인 대사가 즉시 떠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 난 요즘 마신다 '고 합니다.
저는 그 분이 술을 거부하는 그 압박감과 고난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부하고 지켜내고 구별되고 하는 방어적인 생각에서
한 걸음 더 여유있어지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가끔은 주위에서
술은 먹느냐, 술 먹는 거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기도 합니다.
아마 술을 먹고 있거나 계속 먹고 싶은데
괜찮다는 지지를 받고 싶어서 말을 꺼내는지도 모릅니다.
성경에는
술을 마시라는 구절도 있고
술은 보지도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성경 구절을, 자신이 믿고 싶은대로
자신이 주장하는 것에 쓰려고 이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경에서
술을 왜 마시라고 하는지
술을 왜 보지도 말라고 하는지
누가 봐도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요?
술을 마셔도 좋다고 생각하느냐고요?
네, 문론입니다. 마셔도 되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은, 지금까지는 안 마십니다.
제 주위에서, 술을 마시고 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고
그런 것들이 만들어 낸 한국 기독교 문화 속의 부정적 인식 때문이고
그런 기독교 문화 속에 있는 분들을 배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술맛을 모르기 때문이구요.
그러니 술을 마시지 말자는 말이냐구요?
아닙니다. 다른 모든 것처럼 절제하고 배려하자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