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때인지 6학년 때인지
그런 것도 이제 헷갈리네요.
요새는 반장 선출도 반 아이들이 투표를 한다고 들었는데
당시는 선생님이 임명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새 아이들만치 영특하지는 않았지만
6학년 쯤 되면 아이들에 따라서는
앞에 나서고 싶은 아이들도 있었을 테고
'다르다'는 신분상의 차별을 맛 본 아이들도 있었을 테고
그래서 반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도 반드시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임명도 나름대로 공정성이 있었어야 했을 지 모릅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요
학교 혹은 지역에서 일괄적으로 시험을 쳐서
아마 학교별, 반별, 개인별 순위를 냈었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시험을 공정하게 치르느라고
두 반을 세로 줄로 차례로 섞어서
같은 반끼리는 서로 컨닝이 불가능하게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괴이할 만큼 특이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렀으니까요
그 때 우리 담임 선생님의 기발한 트릭이 등장합니다.
시험 감독을 하면서
헛 참 웃음이 나오네요.
시험지에 빨간 볼펜으로 답을 표시한 뒤
그걸 뒷짐을 지고 천천히 우리 반 아이들이 잘 보이도록
다른 반 아이들을 감독하는 것처럼 몸을 돌려서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이동합니다.
덕분에 반 성적이 실제보다 대폭 올랐을 겁니다.
그 선생님이 담임을 하던 시절입니다.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저랑 얘기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어린 시절 반장을 다 해 봤다는데
어찌 그리 저는 반장을 해 본 우수한 인재들만 만나게 되었는지.
그 시험 스캔들과는 관계없이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저와 어느 똑똑해 보이는 여학생을 따로 불렀습니다.
어쩌면 학년 초기였는지 모릅니다.
성적으로 반장을 선출하는데
저와 그 여학생이 동점이랍니다.
그래서 저더러, 그 똑똑해 보이는 여학생이 반장을 하고
제가 부반장을 해도 되겠냐고 ^^ 물어 봅니다.
미숙했던 저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부반장이 되었습니다.
가위 바위 보라도 해 보든지
즉석 퀴즈대회라도 하든지
뭐 그런 시도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아무런 특별한 것도 없는 절 부반장을 시켜 준 것이 고맙네요.
멀리 지나서 와 그 일을 추억해 보니 문득,
아, 나도 반에서 일등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반장은 한 번도 못 해 봤지만
저의 일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