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돈을 받고 일하던 어느 일터에서
어느 좀 높은 분이 다른 높은 분과 제 옆자리에 앉아서
담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분은 직무 상 하얀 색 까운을 입은 분이었는데
유난히 작은 눈을 깜빡이며
소파에 깊게 누운 듯이 앉아서
특유의 미소를 띠고
옆자리에 앉은 저에게
" 조선생 미안하다 "고 했습니다.
 
" 뭐가 미안합니까? "
 
" 그런 게 있다 "
 
참으로 웃기는 미안이었습니다.
무슨 비밀 얘기를 둘이서 하다가 느닷없이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저는 짐작을 합니다.
 
그러나 그 타이밍에 그 미안은
소파에 눕듯이 앉아서 미소를 지으며
미안한 게 뭔지 몰라도 되는 미안은
정말로 웃기는 미안이었습니다.
 
주기도문을 보면
늘 현실감 없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이를 통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너희 죄 사함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이 너희에게 지은 죄도 사하여 주라고 말씀하시고
남이 너희에게 지은 죄를 사하지 않으면서 하나님이 너희 죄를 사하여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라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현실감이 없었던 것은
남이 나에게 무슨 죄를 지었나 였습니다.
그에 대해 근래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남의 죄를 용서할 기회가 잘 없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좋은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냥 슬쩍 넘어가고 없었던 일처럼 하는 것
장난처럼 웃으면서 하는 사과
내가 뭘 잘못했는지 네가 알 필요 없는
잘못을 고백하지 않는 사과는
용서를 바라는 사과가 아닙니다.
용서 받을 수 없는 고백입니다.
 
예전에 자신의 죄를 만인에게(교회 앞에) 고백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성경적이라고.
그러나 저는
성경은 자신이 잘못을 범한 그 당사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씀한다고 생각합니다.
죄를 고백하라는 성경 말씀 말입니다.
 
23일 뒤 한국을 방문하면
내 어느 그 친구에게 지난 날
슬쩍 넘어갔던 내 잘못 두 가지를 고백하고
그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합니다.
그 친구는 반드시
그 때의 저의 잘못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실한 그리스도인인 그 친구는
저의 사과를 받아 주고 용서해 줄 것입니다.